삼천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삼천리 자전거를 파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전혀 상관없는 기업이다(삼천리 자전거는 따로 상장되어 있음). 1950년대 석탄 사업을 시작으로 성장했으며 이후 도시가스 회사를 인수하여 현재까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도시가스 특성상 모든 산업과 생활시설에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밸류체인을 구성하고 있기에, 꾸준히 흑자를 내며 성장했다. 안정적인 에너지 사업인 만큼 매출액은 3~5조로 큰 편이지만, 원가률이 높고 판매관리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2%로 약 1000억원이다. 그래서 삼천리는 전기발전, 자동차판매, 플랜트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참고로 이러한 기업 성장스토리는 과거 KBS 드라마 '열망'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삼천리 기업분석과 함께 안정적이며 변동성이 적은 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2022년 폭등하게 된 이유와 그 뒤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보인 끔찍한 그래프의 원인은 무엇인지 분석했다.
▍사업내용
*2023년 사업보고서
삼천리는 도시가스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며, 자회사를 설립하여 발전업과 자동차매매업, 투자업 등을 하고 있다. 캐시카우는 도시가스사업으로 3년 동안 매출의 약 70%를 유지하며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발전업과 자동차판매업이 따르고 있다. 도시가스의 경우,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보니 매출액의 변동폭이 비교적 큰 편이며 발전업과 자동차 판매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1) 도시가스사업
우리나라의 도시가스 중 자체사업을 위해 유통하는 경우가 아니면 전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아야 한다. 한국가스공사가 법으로 민간, 주거 등 LNG(도시가스)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SK, GS 등 대기업계열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삼천리 역시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도시가스를 매입하여 지역에 공급하고 있는데, 경기도지사와 인천광역시 시장으로부터 도시가스사업 허가를 받아 해당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기도 인구수에 대한 통계를 보면 경기남부의 수원시, 용인시, 화성시 그리고 경기북부의 고양시가 인구가 100만명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는데 이 지역에 삼천리의 도시가스 공급 지역이다.
또한, 경기남부에는 삼성 회사를 포함해 산업단지가 많아서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도 많을 것으로 추측되며 실제로 수도권에서 삼천리가 타기업보다 판매하는 열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삼천리는 도시가스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가스공급망, 열배관망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삼천리이엔지 등)도 있어서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도시가스(LNG)를 공급받은 후부터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의 밸류체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요자 변동이 크지 않은데 가정용과 산업용이 대략 40%씩 차지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얼마에 공급을 받는지이다. 원가율은 90%, 영업이익율은 2%정도인데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후 도시가스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하지만, 근 1년 동안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경기침체로 인해 산업의 공장 가동률이라던가, 설비시설 등이 줄어들면서 판매량이 감소했다.
2) 발전 사업
2012년 삼천리그룹은 한국남동발전, 포스코건설(현재 포스코이앤씨)와 합작하여 에스파워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안산에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했다. 기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LNG(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여 터빈을 돌리는 발전시설이다. 규모는 약 8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인 834MW 급으로 당시 수도권 남부 지역에 위치한 곳 중 최대였다. 발전사업의 원가율은 약 90%, 영업이익률은 3% 정도이다.
3) 자동차 판매업 및 기타 사업
삼천리는 BMW 차량을 판매하는 사업을 통해 전체 매출액의 7%에 해당하는 4000억원을 얻고 있으며 이외에도 집단에너지 해외호텔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삼천리ENG와 삼천리ES는 엔지니어링 사업을 자체사업 외에도 수주를 받아서 하고 있는데,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1400억원의 수주잔고가 있다.
▍급등 이유
위의 사업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삼천리는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사업(70%), 발전사업(18%) 등 에너지 관련 매출액이 이 90%에 달한다.
1) 2022년 2월 24일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는 국제 가스가격에 큰 영향을 행사하는 국가인데, 전쟁이 터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한다. 그래서 2022년 2월 24일 당시 경동도시가스, 대성에너지, 중앙에너비스는 상한가를 찍고, 지역도시가스인 인천도시가스, 서울가스 등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 반해 삼천리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3% 상승으로 마감한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조정을 받으면서 돌아온다.
2) 1분기 IR 호실적
삼천리의 주가는 분기보고서가 나오기 전 3일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다. 100,000원~110,000원 사이에서 횡보하던 주가가 하루에 2~5%씩 조금씩 오르더니 130,000원까지 오른다. 그리고 분기보고서에서 영업이익이 10%이상 (100억원) 늘어난 공시를 발표한다. 그리고 4월부터 5월까지 조금씩 수소관련 사업, 바이오매스 활용 에너지 등 새로운 투자 가능성과 방향성에 대한 뉴스가 잇따라서 나오는데, 사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거래량은 하루에 30억원 정도 밖에 안나오면서 시장에서 주목을 계속 못받고 있었다.
그래서 추측하면 개인투자자들이 조금씩 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에도 야금야금 하루에 거래량 50억원 미만으로 신고가를 갱신해 나아간다. 이후에도 천천~히 오르다가 6월 말 정부 '천연가스 공급규정'에 따른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보도가 뜬다. 2021년 하반기부터 급등하는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물가로 인해 정부는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한다는 발표였는데, 그렇게 160,000원에서 180,000원까지 되었다. 과연 그 만한 퍼포먼스였을까?
하루에 1%~2%씩 2022년 5월부터 오르던 주가는 어느새 2달만에 80%나 상승해 있었다.
3) 2분기, 3분기 IR 호실적
2분기 IR에서는 영업이익이 전년 반기 대비 어림잡아 10배 상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100,000원부터 300,000원이 될 때까지 하루 거래대금이 100억을 넘긴 적이 손에 꼽힐 정도이다. 100억을 넘겼다고 하더라도 200억을 넘긴 적은 없다. 이후 3분기 IR도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이어서 보여주었다. 과연 그 만한 퍼포먼스였을까?
그런데 문제는 적정주가를 판단하는 PBR, PER 등에 비해서 기대감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라 영업이익이 향상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주가가 5배이상 급등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한국가스공사와 정부가 공급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말 증권사들이 비교적 고평가되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매도의견은 적었다. 그리고.
4) SG증권로부터 시작된 3연속 하한가
거의 1년(365일)에 걸쳐서 주가를 5배 이상 띄운 후 다시 원상복귀시키는데 4일 걸렸다. 삼천리 외에도 이런 폭락은 겪은 종목이 여럿 있었는데 이를 'SG증권발 사태'라고 불리게 됐다. SG증권발 사태는 2023년 4월 24일 월요일 SG증권(소시에테 제네랄 : 프랑스 금융회사) 증권 창구에서 8개 종목에 대한 대량매도가 생기며 주가가 하한가를 맞은 사건이다. 몇가지 예시로 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등이 있으며 CJ도 포함되어 있었다. SG증권발 사태는 이후에 정리할 예정이다.
정리하면,
에너지 기업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늘어나고, 또 다양한 사업을 하기 위한 뉴스가 잇따라 보도되고 이에 따른 IR이 공시되면서 주가 상승이 논리적으로 가능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기초적인 밸류에이션을 통한 기업가치를 분석하는 PBR, PER 등 판단도 하지 않고 투자한 것은 투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러한 주가조작 사건과 욕심의 끝은 무섭다는 것을 느꼈고 분석을 할 때 꼭 그 기업의 적정주가를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처음 분석을 시작할 때는 IR 이슈와 함께 성장하는 잠재력있는 기업으로 보였으나, 주가조작의 탈을 쓴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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